The Mars Volta는 2000년대 록 음악계에서 등장한 상당히 독특한 밴드입니다. 프로그레시브 록을 기반으로 아방가르드와 라틴 음악(멤버들이 중남미 출신입니다.), 재즈, 하드코어, 심지어 프리재즈까지 뒤섞은 집요할 정도로 장르혼합에 집착하는 밴드라 생각됩니다. 음악이 음악이니 만큼 음악 평론가들에겐 극찬을 받는 밴드입니다. 그렇다고 비대중적인 음악도 아닙니다. 음악에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차트성적은 꽤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빌도드 앨범차트 TOP 10을 달성한 음반이 세 장이나 됩니다. 이들의 음악세계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성과 창의성의 집합체이며, 수차례의 해체와 재결합을 거치며 지금도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확장자, The Mars Volta
The Mars Volta의 음악은 전통적인 프로그레시브 록을 기반으로 하지만 온갖 장르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1970년대의 킹 크림슨, 핑크 플로이드, 제네시스 등의 클래식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가 음악적 실험과 대곡 지향의 긴 러닝타임의 연주에 중점을 뒀다면, The Mars Volta는 여기에 펑크의 공격성과 라틴 리듬, 그리고 재즈적 즉흥성, 앰비언트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사운드를 창조합니다.
대표 앨범은 데뷔 앨범인 2003년작 De-Loused in the Comatorium은 이러한 특징이 집약된 명반으로, 대곡의 서사적인 구성과 복잡한 악곡, 변칙적인 리듬으로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굉장히 난해한 음악입니다. 가사도 프랑스어, 라틴어, 스페인어로 쓰여 메시지를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레드핫칠리페퍼스의 멤버들이 앨범 제작에도 참여했습니다. 이들의 곡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구성되어 있으며, 종종 10분이 넘는 트랙들도 있습니다. 데뷔 앨범 이후 연달아 세 장의 앨범이 빌보드 앨범차트 10위안에 오르며 상업적으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둡니다. 두 번째 앨범은 미국 내에서만 50만 장 이상이 판매되며 네 번째 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 3위까지 오르며 이들의 앨범 중 역대 최고의 순위를 기록합니다. 이런 음악으로도 상업적인 성공을 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The Mars Volta는 록 음악의 경계를 넓히며(넓혔다기보다는 무너뜨렸다가 더 적절한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복잡하고 난해한 음악으로도 충분히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음을 보여준 밴드입니다.
아방가르드와 라틴 감성의 결합
The Mars Volta는 실험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들은 지독할 정도로 장르를 혼합합니다. 멤버들이 멕시코, ( 다른 한 명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이기에 중남미 스타일의 박자와 사운드를 자신들의 음악에 잘 녹아들게 합니다. 매우 복잡하게 느껴지는 음악이지만 그만큼 이들의 곡에서 The Mars Volta의 열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The Mars Volta의 두번째 앨범이자 2005년작 Frances the Mute에서 특히 라틴적 분위기가 두드러집니다. 이 앨범은 총 다섯 곡이 수록되어 있으면서 총 러닝타임은 76분이 넘습니다. 네 곡이 12분이 넘는 대곡이며 (물론 곡들이 네 다섯 파트로 나누어져 있지만) 유일하게 평범한 길이인 5분짜리곡 The Widow는 빌보드 싱글차트까지 진입에 성공합니다.(96위) 이 앨범은 실질적으로 하나의 대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트랙은 이국적인 사운드와 비정형적 곡 구성을 이룹니다. 트럼펫, 퍼커션, 스트링 사운드 등이 등장하며,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라 쳐도 집요할 정도로 평범함과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소리의 미학에도 집착합니다. 앨범 곳곳에 숨겨진 전자음, 백마스킹된 음성, 테이프 노이즈 등은 음악을 넘어서 예술작품을 창조하려 했습니. 이처럼 The Mars Volta는 아방가르드적 실험을 통해 음악을 재정의하기를 원했나 봅니다.
재결합 후의 음악 변화와 성숙
2012년까지 총 여섯 장의 앨범을 발매하고 여섯 장 모두 상당히 좋은 성과를 거두고 밴드는 공식 해체를 선언합니다. 멤버들 간의 갈등도 발생했고 이들의 전신이었던 밴드 At The Drive In을 재결성하여 잠시 활동하기도 합니다. 앨범도 한 장 발표했으며 우리나라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통해 내한을 하기도 합니다. 이후 The Mars Volta는 2022년 다시 재결합니다. 10년 가까운 공백기 이후 발표된 셀프 타이틀 앨범 The Mars Volta는 이전과는 달라진 음악으로 돌아왔습니다. 과거의 몹시 장대하고 복잡한 구성과 긴 트랙 위주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짧고 간결한 곡들로 그리고 보다 팝적인 멜로디로 복귀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대중적 노선으로의 전환은 아닙니다. 여전히 복잡한 리듬과 그들만의 특유한 사운드는 여전합니다. 팬들이 조금이라도 더욱 다가올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밴드의 중심 멤버인 오마르 로드리게즈는 "더 이상은 팬들을 괴롭히며 그들과 싸우고 싶지 않다"라고 밝혔는데, 이는 그동안의 자신들의 음악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난해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니까 누가 그렇게 음악하래..) 이 앨범의 곡 중 Graveyard Love만 들어봐도 상당히 귀에 잘 들어옵니다. 우리도 이런 노래 만들 수 있어라고 심술궂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약이 오르면서도 노래가 주는 편안함 (이들의 곡에서 편안함을 느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에 묘한 설렘을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