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출신의 헤비메탈 밴드 Disturbed는 2000년에 데뷔앨범을 발매하고 지금까지 총 8장의 앨범을 내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독특한 보컬 톤이 인상적인 밴드입니다. 80년대 정통 헤비메탈에 유행하던 시대에서는 그리 독특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지금 시대의 와서는 참 귀하고 듣기 드문 보이스입니다. 굉장히 남성적이고 힘이 넘치면서 담백합니다. (당시 유행하던 뉴메탈의 창법이 상당 수가 흥얼거리거나 흐느끼거나 아니면 극단적으로 울부짖는 경우였는데요.) 또한 비판적인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가사는 Disturbed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었으며, 차트 성적이나 비평가들의 평에서 좋은 평가를 얻으며 승승장구하는 밴드입니다. 이 번에는 미국 락밴드로서의 Disturbed, 그들의 대표 싱글곡, 그리고 미국 음악씬에서의 위상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미국 락밴드 Disturbed의 정체성
Disturbed는 1994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결성되었고 6년이 지나서야 데뷔 앨범을 발표합니다. 이들이 활동을 시작할 당시 미국 락 씬은 그루브 메탈, 누메탈, 얼터너티브 락 등의 다양한 록 장르들이 짧고 굵게 유행 중이던 때입니다. Disturbed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누 메탈 기반의 사운드에 하드 록과 헤비메탈, 인더스트리얼 메탈적 요소를 결합하여 독자적인 음악 스타일을 선택합니다. 많은 밴드들이 같은 기반에 힙합과 랩, DJ 잉 사운드를 버무려 만들곤 했는데 Disturbed는 다른 이들과 구별되는 노선을 선택한 것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보컬인 David Draiman의 보컬은 밴드의 가장 매력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메탈 보컬과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독특하게 들렸습니다. 희귀하면 탐나는 것이지요. 드레이먼은 힘이 넘치면서도 고음에서는 절제하고, 발성도 상당히 독특합니다. 예를 들어 데뷔곡 "Down with the Sickness"의 그로울링이나 샤우팅은 그의 보컬 테크닉뿐만 아니라 감정이나 가사 전달에도 전혀 무리가 없는 상당히 깔끔한 보이스입니다.
Disturbed는 자유와 저항, 상처와 치유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여느 밴드처럼 단순히 분노의 표출뿐 아니, 개인이나 집단의 상처로부터의 회복의 서사를 담고있습니다. 특히, 테러나 전쟁등으로 미국 사회가 사회적 불안정한 시기에는 Disturbed의 음악이 팬들에게는 ‘분노의 해소구’이자 ‘감정의 피난처’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습니다.
또한 Disturbed는 전 세계의 주요 대형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 밴드로 공연을 했으며, 빌보드 앨범 차트와 메인스트림 록 차트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합니다. (후술하겠음) 이들은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거머쥔 메탈 밴드로서, 수많은 밴드들의 실험과 변화와는 달리 줄 곧 한 노선을 지킨 밴드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Disturbed의 대표곡
Disturbed는 수많은 명곡을 만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팬들과 평론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대표곡 5곡을 소개합니다.
- Down with the Sickness (2000)
이 곡은 Disturbed의 데뷔 앨범 The Sickness에 수록된 트랙입니다. 미국에서만 싱글앨범 판매량이 800만 장을 돌파합니다. Disturbed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곡입니다. 드레이먼의 특유의 비명 섞인 도입부(방송과 게임등에서 상당히 많이 쓰인 도입부)와 중독성 있는 코러스가 특징입니다. - Stricken (2005)
이들의 세 번째 앨범인 Ten Thousand Fists 앨범에서 첫 번째 싱글 커트된 이 곡은 Disturbed의 파워풀한 연주와 귀에 척척 감기는 멜로디가 훌륭합니다. 빌보드 싱글차트 진입도 성공했습니다.(95위)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앨범이자 선호하는 싱글이기도 합니다. - Indestructible (2008)
제목처럼 무적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 곡은 2008년에 발매한 네 번째 앨범의 타이틀곡입니다. 특히나 기타 솔로가 너무나 인상적인 곡입니다. 여전히 힘 있고 멜로딕 한 곡으로 빌보드 록차트는 물론이고 싱글차트까지 진입하였습니다.(72위) - The Sound of Silence (2015)
원래 사이먼 앤 가펑클의 포크 발라드를 Disturbed가 오케스트라 편곡과 특유의 강인한 보컬로 재해석한 곡입니다. 이들의 싱글곡 중 압도적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유튜브에서 9억 뷰를 기록했고, 빌보드 싱글차트 42위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의 순위를 기록합니다. 저의 30대 시절 체코에서 수년을 지내며 차를 탈 때마다 현지 록 전문 라디오방송을 자주 들었는데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흘러나온 곡이기도 합니다. 초반의 부드럽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점차 고조되며 강력해지는 전형적인 록발라드 구성입니다. - Hey You (2022)
가장 최근의 앨범인 2022년 작품의 싱글곡입니다. 역시나 빌보드 메인스트림차트 1위를 차지합니다. 한결같은 사운드로 이들의 건재함이 반갑고 고맙기도 합니다. 시작부터 코러스까지 보컬의 멜로디는 친숙하며 과거보다는 조금 밝아진 느낌도 듭니다. 2025년에도 I Will Not Break라는 싱글곡을 공개하면 역시 록차트 1위를 달성합니다. 슬슬 새 앨범이 나오려나 봅니다.
미국 대중음악 시장에서의 위상
Disturbed는 미국 내에서 인기 메탈 밴드를 넘어 주류 대중음악 시장 이끌어가는 밴드입니다. 이들의 앨범은 발매될 때마다 빌보드 200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두 번째 앨범부터 여섯 번째 앨범까지 1위를 차지합니다. 다섯 장의 앨범이 연속으로 차트 1위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웁니다. 다섯 장이 앨범으로 1위를 차지한 아티스트들을 찾아보면 메탈리카, 마돈나, U2, 비욘세 정도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기록입니다. 2015년 발표한 여섯 번째 앨범인 Immortalized는 차트 1위는 물론 싱글 커트된 The Sound of Silence 커버곡의 대히트하며 이들의 전성기가 계속됩니다.
또한 Disturbed는 미국의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정신 건강, 전쟁 PTSD, 사회적 고립 등의 무겁고 암울한 주제를 다루기도 하며 이들은 음악으로 긍정과 희망을 전하기도 합니다. 단지 ‘강력한 음악’을 넘어서, 정서적인 교감을 전하는 밴드인 것입니다.
수많은 메탈 밴드 중에서도 Disturbed가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단지 음악적 완성도가 뛰어난 것뿐 아니라, 이들이 음악으로 사회와 사람을 이해하고 응원하려 자세입니다. Disturbed가 미국을 대표하는 락밴이자,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억될 밴드로 남을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