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Sabbath는 헤비메탈의 시초가 되는 밴드입니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레드제플린을 헤비메탈의 시초라 여기고 영국에서는 Black Sabbath를 시초라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레드제플린은 스스로 헤비메탈밴드라고 규정되는 것을 싫어하기에 Black Sabbath가 시초라 생각하지만 이게 뭣이 중요하겠습니까? 어쨌든 이 밴드는 장르의 근간을 이룬 전설적이며, 록의 역사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밴드임은 틀림없습니다. 특히 이들의 음악적 구조는 오버드라이브와 디스토션의 기타 사운드, 단순하고 묵직한 리프, 독특한 보이스 톤으로 구성되어 헤비메탈의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Black Sabbath의 음악적 구조를 중심으로 하드 록 리프, 오지 오스본의 보컬, 그리고 밴드의 사운드를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하드 록 리프의 상징, 토니 아이오미의 기타
Black Sabbath의 음악에서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사운드는 바로 기타 리프입니다. 기타리스트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리프를 통해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블루스 기반의 스타일을 하드 록 스타일에 접목시켜 연주합니다. 이런 사운드가 헤비메탈의 시초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Iron Man’, ‘Paranoid’, ‘War Pigs’와 같은 곡에서 들을 수 있는 낮고 둔탁한 기타 사운드는 이후 수많은 메탈 밴드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많은 밴드가 아닌 거의 모든 밴드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아이오미는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 두 개의 끝을 잃은 이후,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기타를 반음 낮추어 튜닝합니다.(섬세한 연주에 어려움이 있어서라고 합니다.) 이런 다운튜닝이 헤비메탈의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토니 아이오미의 연주는 복잡하고 화려한 기술보다는 강렬한 분위기와 묵직한 느낌을 중시하며, 곡 전체 분위기를 리드합니다.
아이오미의 기타 사운드는 오늘날에도 헤비메탈의 교과서로 여겨집니다. 이처럼 토니 아이오미의 리프는 음악적인 구조에서 핵심을 이루며, 블랙 사바스의 정체성 바로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오지 오스본의 독특한 보컬 색채
Black Sabbath의 음악 구조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는 보컬리스트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입니다. 그의 보컬은 전통적인 록 보컬의 소리와는 조금 다른 독특한 색채를 지녔습니다. 처음 오지의 곡을 들었을 때는 무척 신선했습니다. 할머니가 노래를 하는 것인가 잠시 이상한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지는 프런트맨으로서 블랙 사바스의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팬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오지 오스본의 보컬은 내지르는 고음도 아니고 창법의 테크닉보다는 고유의 음색과 감정 전달이 포인트입니다. 높은 음역대는 오히려 힘을 빼고 노래하며, 중저음 파트는 광기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Black Sabbath’, ‘Children of the Grave’, ‘Sabbath Bloody Sabbath’ 등의 곡에서는 오지는 마치 공포 다큐멘터리의 내레이터처럼 느껴지며, 듣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과 몰입감을 충만케 합니다.
그의 발음 또한 매우 독특한데, 영군인이니 당연히 영국식 영어 억양입니다. 종종 단어의 끝을 음산하게 늘리거나, 급격하게 잘라내어 극적인 효과를 줍니다. 노래를 한다기보다는 할머니가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오지 오스본은 Black Sabbath를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찾고, 그 이후 솔로 활동을 통해 더 큰 성공을 거두며 현재까지 활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블랙 사바스 사운드의 진화와 실험
Black Sabbath는 초기 하드 록 스타일에서 점차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통합하면서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지켜 나갔습니다. 1집 ‘Black Sabbath’와 2집 ‘Paranoid’에서는 블루스 기반의 리프와 음산한 오지의 보컬이 중심을 이루었지만, 이후 앨범에서는 점점 더 복잡하고 세련된 사운드를 만들어냅니다.
‘Master of Reality’ 앨범에서는 디튠 튜닝을 활용해 더욱 헤비한 저음과 묵직한 사운드를 강조했고, ‘Sabbath Bloody Sabbath’에서는 스트링 편곡, 신시사이저 도입 등 구조변화를 위한 다양한 실험도 했습니다.
특히, 리듬 섹션에서 베이시스트인 기저 버틀러(Geezer Butler)의 비중도 상당합니다. 그는 단지 리듬 파트로서의 베이스연주를 넘어 기관총베이스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핑거 피킹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최초로 베이스기타에 오버드라이브를 건 연주자이기도 합니다. 드러머 빌 워드(Bill Ward)의 경우, 재즈에서 영향을 받은 복잡한 드러밍과 무겁고 힘 있는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종종 노래를 하기도 합니다. 중반기 이후 앨범부터 한 곡정도 리드보컬을 맡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멤버 간의 유기적인 협업과 실험 정신은 블랙 사바스의 사운드가 단조롭지 않게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각 앨범마다 새로운 시도가 더해지면서 밴드의 음악적 구조와 정체성은 진화하였고, 이는 곧 헤비메탈이라는 장르가 태동하고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