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Third Eye Blind는 1997년부터 2021년까지 7장의 앨범을 발표한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밴드입니다. 시작부터 큰 성공을 거두며 데뷔앨범이 미국 내에서만 무려 600만 장의 앨범이 판매되었습니다. 바로 'Semi-Charmed Life'라는 곡으로 순식간에 미국 내 정상급 밴드가 되어 버립니다. 이후 두 번째 앨범도 200만 장을 판매하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데뷔앨범의 충격이 너무 큰 탓인지 이후 앨범부터는 큰 상업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먼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앨범을 거듭할수록 이들의 음악은 더욱 성숙하고 깊어짐에 따라 저 같은 골수팬들에게는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밴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Third Eye Blind의 대표곡들을 중심으로 밴드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대표곡 1 – Semi-Charmed Life로 본 데뷔의 파급력
1997년에 발표된 Third Eye Blind의 데뷔 앨범은 당시 록 팬들에게 새로운 충격이었습니다. 특히 첫 번째 싱글이자 최대 히트곡인 'Semi-Charmed Life'는 이들의 팬이 아니어도 누구나 기억하는 곡이리라 생각됩니다. 당신 한국에서도 라디오 방송뿐아니라 TV광고등에 삽입되며 상당히 널리 알려진 곡입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팝적인 멜로디에 무겁고 어두운 가사가 절묘하게 결합된 곡입니다. 이 곡은 시작부터 흥이 나고 경쾌한 기타 리프에 통통 튀는 베이스라인과 깔끔한 리듬으로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습니다. 거기에 친숙한 멜로디와 랩으로 밝디 밝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러나 실제 가사에서는 마약 중독등의 암울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며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그렇다고 절대 미지근하지는 않습니다.) 곡입니다. 리드 보컬인 스테판 젠킨스(Stephan Jenkins)의 랩 스타일 보컬과 맑고 깨끗한 톤의 보이스는 곡을 더욱 신선하게 그리고 에너지를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이 곡의 성공으로 음악적, 상업적 성과를 이룬 것뿐 아니라 Third Eye Blind가 얼터너티브 록 씬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됩니다. 팝적인 감성이 짙은 록음악에 그루브한 리듬이 바탕이 된 사운드는 당시 젊은 MTV 세대의 사랑을 끌어모았습니다. 빌보드 싱글차트 4위까지 오르며 싱글앨범도 60만 장의 판매를 이룹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앨범은 600만 장의 판매를 올리게 됩니다. 'Semi-Charmed Life'는 광고, 영화, 드라마 OST 등에서도 끊임없이 소개되며 밴드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마련해 준 곡입니다.
대표곡 2 – Jumper로 살펴보는 감성의 확장
'Semi-Charmed Life'가 대중적인 성공을 얻게 해준 곡이라면, 동앨범에 수록된 'Jumper'는 Third Eye Blind의 더욱 깊은 감성을 표현해 준 곡입니다. 가사의 내용은 자살을 하려는 친구에게 전하는 하고 싶은 말을 노래하며, 우정과 삶의 의미에 대한 따뜻한 통찰을 전합니다. 'I wish you would step back from that ledge, my friend'로 시작되는 가사는 상당히 뭉클합니다. 이 곡으로 이들은 신나는 사운드로 즐길 수 있는 록 밴드를 넘어 사람과 관계 그리고 그 내면을 노래하는 밴드로 인식됩니다.
'Jumper'는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보컬 멜로디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늘 흥겹고 통통튀는 스테판 젠킨스의 보이스는 상당히 절제되고 깊이 있게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코러스로 다가 갈수록 감정이 고조되는 구성은 라이브시에 관객의 호응을 극적으로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빌보드 싱글차트 5위까지 오르며 데뷔앨범에서만 세 곡의 싱글차트 TOP10 곡을 배출합니다. 경이로운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후 앨범부터는 아쉽게도 이들은 TOP 10곡을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대표곡 3 – Never Let You Go로 본 음악적 변화
2000년에 발표된 두 번째 정규 앨범 Blue에서 'Never Let You Go'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비록 빌보드 싱글차트 10위권 안으로의 입성은 실패했지만 14위라는 성적도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전작 보다 더욱 팝적인 요소가 강조된 이 곡은 Third Eye Blind가 음악적으로 성숙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곡은 두 번째 싱글커트곡입니다. 첫 번째 싱글곡인 'Anything'이 예상외로 어두운 분위기의 곡이어서 어리둥절했으나 'Never Let You Go'을 듣는 순간 첫 느낌은 반가움이었습니다. 여전히 부드럽고 세련된 기타 리프, 단순하고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 깔끔한 구성으로 이들의 신선하고 통통튀는 느낌이 반가웠습니다.
'Never Let You Go'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연인과의 이별과 그리움의 감정을 노래하며 가벼운 가사와 중독성 강한 코러스가 어우러져 이들의 팬이라면 누구나 두 손들어 환영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앨범은 전 앨범의 'Semi-Charmed Life'와 같은 메가 히트곡은 없지만 단 한 곡도 버릴만한 곡이 없는 수작입니다.
대표곡으로 읽는 밴드의 성장
Third Eye Blind는 'Semi-Charmed Life'란 곡으로 시작부터 록밴드가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누린 밴드입니다. 그리고 앨범마다 제자리에 만족하지 않으며 성숙되고 진보하는 모습을 보여준 밴드입니다. 시작이 너무 화려해서 이후의 활동이 조금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쉬움도 큰 밴드입니다. 차라리 이들에게 'Semi-Charmed Life'란 곡이 없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도 해봅니다. 'Semi-Charmed Life'라는 한곡으로 인해 밴드의 깊이와 묵직함이 일부 가려진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이들의 이름을 알리고 큰 부와 명성을 안겨준 곡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들에게 독이 된 것은 아니었나 의심이 들정도입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지 정작 이들은 이미 지금의 인기와 환경은 신경 쓰지도 않고 단지 음악을 즐기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