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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ol의 음악적 세계관 (리듬, 가사, 철학)

by crave80 2025. 4. 10.

프로그레시브 메탈밴드 Tool은 30년 넘게 활동했음에도 앨범은 고작 다섯 장뿐입니다. 앨범과 앨범 사이의 간격은 3년, 5년, 5년 그리고 가장 최근앨범이 나오기까지는 13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들의 팬이라면 다음 앨범을 기다리는 기간이 너무 길어 고통스러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앨범을 몇 차례 반복해서 감상하고 이들의 음악에 빠지게 된다면 수년의 기다림이 충분히 보상되고도 남을 대단한 앨범들이기도 합니다. 몇 차례 반복해서 감상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들의 음악은 처음 들었을 땐 굉장히 난해합니다.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지루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Tool의 참맛을 알게 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음악임을 깨닫게 됩니다.  Tool은 난해하고 복잡한 리듬 구성, 철학적인 가사, 독특한 사운드로 수많은 음악 팬들과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았습니다. 누구도 감히 Tool을 비판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귀하디 귀한 대접을 받는 밴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Tool의 음악을 구성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인 리듬, 가사, 철학을 중심으로 그들만의 매력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리듬의 미학, Tool만의 시간 조작법

Tool의 음악에서 가장 먼저 우리들의 주목을 끄는 것은 바로 복잡한 리듬입니다. 4/4 박자곡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신 5/8, 7/8, 9/8 등 비정형 박자 위에 연주를 쌓으며 곡에 긴장감을 부여하며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게 합니다. 대표곡 'Schism'은 6.5/8이라는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박자를 통해 우리들에게 기묘한 불균형과 불안함의 쾌감을 전해줍니다.

Tool의 드러머 Danny Carey는 드럼 외에도 각 종 타악기 등을 자유롭게 연주하며 복잡 난해한 리듬을 만듭니다. 단순히 박자를 넣어 곡을 진행하는 연주를 넘어  타악기 자체가 곡의 중심이 되고 밴드를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기타리스트 Adam Jones와 베이시스트 Justin Chancellor 또한 반복적인 리프를 즐겨 사용합니다. 리듬이 정신없이 변화되면 그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연주를 통해 곡을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Tool의 리듬은 어디 한 번 따라 해 봐라의 과시는 아닐 것입니다. 리듬 구조 자체로 듣는 이의 감정과 몰입을 조율하고,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감각의 왜곡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Tool의 음악은 반복해서 감상해야 참 맛이 느껴지며, 그 안에서 곡의 감정과 해석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철학과 신화를 녹여낸 가사 세계

Tool의 또 다른 핵심은 바로 가사입니다. 음악은 보통 개인의 감정이나 관계에 대한 가사가 많습니다. 그러나 Tool은 존재론, 심리학, 종교, 신화, 영성 등 심오한 주제를 다룹니다. 예를 들어 'Lateralus'는 피보나치수열을 가사 구조에 적용한 곡입니다. 곡들도 어려운데 가사마저 이지경이니 참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은 밴드인 것은 확실합니다. 인간의 진화와 의식의 확장을 주제로 가사를 썼다고 합니다. 전문 서적을 써도 될 지식과 관점으로 록음악 가사를 쓰니까 앨범을 수년에 한 장씩 만드는 건 아닐까 쓸데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가사들은 모두 보컬리스트 Maynard James Keenan이 썼습니다. 자신만의 철학적 관점을 그래도 곡에 드러냅니다. 그는 곡을 통해 불완전한 인간, 집단주의에 대한 분노, 내면의 탐색에 대해 자주 이야기합니다. 특히 ‘Parabola’ 같은 곡은 삶과 죽음, 육체와 정신의 논문을 써 내려가듯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복잡한 리듬에 건조하면서 묵직한 기타 리프를 배경으로 매우 지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Tool만의 고유의 매력입니다. 가사는 직설적 표현 없이,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는 팬들로 하여금 곡을 반복해서 듣고, 자신만의 해석을 유도하는 열린 가사(?)입니다. 이런 철학적 깊이는 Tool을 단순한 록밴드가 아닌 정신적 체험의 통로로 만들며, 전 세계 수많은 열성(너무나 견고한 고정) 팬층을 형성합니다. 종교집단 같기도 합니다.


음악을 초월한 철학적 예술관

Tool을 단순한 프로그레시브 락밴드로 칭하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그들은 음악을 철학적 퍼포먼스를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앨범 전체를 통해 거대한 하나의 서사를 만들고, 공연에서는 사운드뿐 아니라 영상과 조명을 통해 볼거리를 선사하는 종합 예술인 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Tool의 앨범은 단지 십여 곡이 수록된 록앨범이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서사 구조를 가지며, 이는 영화나 책을 읽는 것과 유사한 흡입력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96년도에 발매한 두 번째 앨범인 ‘Aenima’는 심리학자 칼 융의 이론과 LA에 대한 비판이 주제가 되었으며, 2019년도에 발매된 다섯 번째 앨범 ‘Fear Inoculum’은 현대 사회의 공포와 정보 중독을 소재로 하나의 서사를 이룹니다. 이들은 데뷔시절부터 돈과 권력에 움직이는 음반 산업을 비판하였고 순수한 예술로의 회귀를 주장했습니다.

Tool은 인터뷰를 비롯하여 자신들의 노출을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음악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마음뿐이며, 뮤지션 개인의 이미지는 작품의 본질을 흐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음악과 예술에 대한 Tool의 진지함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