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립션: 주제 소개
Sigur Rós는 포스트 록 장르를 대표하는 아이슬란드 밴드입니다. 특유의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사운드로 전 세계 수많은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들의 음악을 접했을 때 상당히 미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종교음악인가? 록음악은 아닌 것 같은데 이 삶이 끝나면 저 세상에서 나올 법한 음악을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들의 대표곡인 호피폴라(Hoppípolla)를 듣게 되었을 때의 카타르시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이곡을 듣고 있는 여기 내 방이 천국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단순한 멜로디를 넘어서 하나의 예술 작품같습니다. 그리고 한 편의 그림 같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Sigur Rós의 독특한 사운드의 특징과 이들이 왜 포스트 록의 중심에 선 밴드로 불리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몽환적 사운드와 사운드스케이프
Sigur Rós의 음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몽환적 사운드스케이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일반적인 악기 구성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보여줍니다. 기타는 특이하게도 종종 활로 연주되며, 이는 일종의 드론(droning)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이 사운드는 듣는 이로 하여금 다른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듯한 깊은 몰입감을 줍니다. 바로 제가 저 세상의 음악이라고 느꼈던 이유입니다.
또한 Sigur Rós는 '공간감'을 중요시합니다. 리버브(reverb)와 딜레이(delay)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운드를 더욱 깊게 그리고 그 깊은 속의 여운을 더합니다. 이는 마치 아이슬란드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연상시키며, 음악이 하나의 동화 속 장면처럼 펼쳐지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이들은 가사를 통한 의미 전달보다는, 멜로디와 사운드의 조합을 통해 감정을 전달합니다. 이들의 곡을 듣는 사람들은 각자의 해석을 가능하게하며, 음악과의 개인적인 교감을 형성합니다. 그래서 Sigur Rós의 곡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며 감정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비정형 구조와 감정선 중심의 구성
Sigur Rós의 곡은 대체로 일반적인 팝 음악 구조를 따르지 않습니다. 도입-절-코러스-절-브릿지-코러 같은 뚜렷한 구성이 아닌,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이들은 음악을 이야기하듯 구성하며, 감정선에 따라 점진적으로 고조되거나 감정을 절제하며 눌러주는 방식으로 전개합니다.
대표곡 'Svefn-g-englar'나 'Untitled #8 (Popplagið)'를 보면, 처음엔 조용하고 잔잔한 멜로디의 반복으로 시작하여 점차 악기들이 쌓이면서 하나의 거대한 파도를 이룹니다. 이러한 점층적인 구성은 듣는 이의 감정을 서서히 고조시킵니다. 이는 포스트 록 장르가 가진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드럼, 베이스, 기타 등 전통적인 밴드 악기를 변칙적인 방식으로 사용하여 사운드를 제조합니다. 예를 들어, 드럼은 리듬을 위한 악기라기보다는 공간감과 입체감을 형성하는 도구로 사용되며, 기타는 연주나 음의 정확성보다 소리의 질감에 집중합니다. 그림을 그리듯 음악을 연주합니다.
Sigur Rós의 음악은 이러한 비정형 구조 덕분에 중독성이 강한 매력적인 전개를 보여주며, 음악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여행처럼 느껴집니다.
보보사(Hopelandic)와 정체성 있는 보컬
Sigur Rós를 이야기할 때 보컬과 언어(가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보컬 Jónsi는 전통적인 언어가 아닌, 그들만의 창조언어인 '보보사(Hopelandic)'를 사용합니다. 영어가 아닌 유럽 어딘 가에서 사용되는 언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언어는 실제 문법이나 어휘가 존재하지 않는 아무 의미 없는 음절의 조합이지만, 음악 속에서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보보사는 언어적인 해석보다는 순수하게 '소리'로 느껴지며, 이는 음악의 느낌과 감정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몰입도를 높입니다. Jónsi의 보컬은 때로는 천상의 목소리처럼, 때로는 흐느낌처럼 들리며, 그 자체로 하나의 악기처럼 사용됩니다.
이러한 보컬 접근법은 Sigur Rós의 음악이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게 하며, 전 세계의 팬들이 각자의 느낌과 감정을 투영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이는 매우 독특하면서도 열려있는 음악 경험을 선사합니다.
뿐만 아니라, Jónsi는 팔세토와 오토튠을 절제 있게 그리고 적절히 사용하여 서정미과 몽환성을 증폭시킵니다. 이런 보컬 스타일은 Sigur Rós를 단순한 밴드가 아닌, 예술적인 음악 집단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결론: Sigur Rós의 사운드는 감정의 풍경이다
Sigur Rós는 단순한 밴드가 아닙니다. 역시나 그들의 음악도 단순히 듣기 좋은 음악이 아닙니다. 그들은 사운드로 공간을 만들고 풍경을 그리는 화가들입니다. 몽환적인 사운드스케이프, 전형을 깨는 곡 구성, 언어를 초월한 보컬까지—이 모든 요소는 Sigur Rós가 포스트 록을 대표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음악의 폭을 조금 더 다양하게 넓혀보기를 원하는 분이라면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