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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head와의 만남.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이야기

by crave80 2025. 3. 7.

ok computer

 

Radiohead 와의 첫 만남.

내가 록음악 마니아가 된 것은 중학교 시절입니다. 그 시기에 국내에 처음으로 케이블 TV 채널이 생겨났고 MTV 등의 채널들을 통해서 이런저런 록음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발행되었던 핫뮤직이나 GMV(지구촌영상음악)도 매달 구입했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찮게 Radiohead의 Creep이란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았습니다. 당시 중학생인 저는 새로운 충격이었습니다.  록음악이란 당시 저에게는 보컬은 굉장히 높은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기타리스트는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현란하게 기타를 연주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Creep은 달랐습니다. 일단 밴드의 겉모습부터 록스타가 아닌 그냥 평범한 옆집 삼촌들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보컬 Tom York는 노래를 부르긴 하는데 어딘가 아픈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노래가 부르기 싫은 사람 같기도 했습니다. 곡의 초반 멜로디는 굉장히 익숙합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느낌이었고 다음 소절이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무척 매력적인 곡이었습니다. 잔잔히 흐르다 갑자기 기타리스트가 미쳤는지 기타로 굉음을 만들어 냅니다.  순간 이건 뭐야 방송사고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굉음 이후 노래가 폭발하면서 Creep은 절정파트로 흐릅니다. 엄청난 명곡이다. 이런 곡은 세상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마법과 같은 곡이라고 소리쳤습니다. 그게 Radiohead와의 첫 만남이었고 creep단 한곡으로 난 이들의 팬이 되었습니다. 

 

Radiohead 와의 계속되는 만남.

creep은 이들의 첫번째 앨범의 대표곡입니다. 이후 두 번째 앨범을 바로 구입했습니다. creep을 처음 들었던 시기가 아마도 Radiohead의 두 번째 앨범이 나올 무렵이었을 것입니다. 자연스레 creep과 같은 곡을 기대하며 두 번째 앨범인 [The Bends]를 집중하여 듣기 시작했습니다. 실망했습니다. creep과 같은 곡이 없었습니다. creep으로 유명해진 밴드라면 당연히 creep2, creep3 같은 곡을 계속 만들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몇몇 곡은 아름다운 멜로디의 발라드, 어둡지만 신나는 멜로디의 곡들이 있었기에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몇 번을 반복해서 듣게 되는 두 번째 앨범은 당시 제 기준으로 세계최고의 록앨범이었습니다. creep은 없지만 앨범의 모든 수록곡이 creep 이상의 감동을 주는 그런 앨범이었습니다. 이 앨범에서 싱글커트된 몇 곡을 싱글앨범으로 구입하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한곡 한곡이 아름다웠습니다. 다음 세 번째 앨범이 발매되기까지 2년 정도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 앨범 [OK Computer]가 발매되었고 저는 시중 레코드샵에 음반이 풀린 첫날 구입해서 들었습니다. 첫날부터 몇 번을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릅니다. 컴퓨터라는 제목이 조금 의아했고 몇몇 곡에서 컴퓨터에서 나올법한 뿅뿅거리는 사운드가 들려서 전 앨범들과는 조금 이질적인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정말 훌륭했습니다. 이 앨범은 당시 저에게 세계최고의 록앨범이었습니다. (두 번째 앨범을 밀어낸 것입니다.) 

 

Radiohead 는 여전히 나의 영웅, 그러나 조금 아쉬운.

Radiohead의 네번째앨범이 나오기까지는 거의 3년의 기다림이 있었습니다. 매우 길고 지루하고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군에 입대하고 전역할 때까지의 시간보다 길었습니다. 저는 당시 군입대를 앞둔 대학교2학년이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네 번째 앨범 [Kid A]가 발매되었습니다. MP3로 곡을 듣는 시대가 시작되는 시기인지라 앨범을 구입하는 횟수가 급격히 줄었지만 그래도 Radiohead 의 앨범은 구입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들었습니다. creep과 같은 충격적인 곡이 있을까? 2집과 같은 아름다운 앨범일까? 3집과 같은 극도로 사람을 빨아들이는 앨범일까?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앨범일까? 나의 기대는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치솟아 올랐습니다. 첫 곡부터 사운드가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앨범이 OK 컴퓨터였으니 이제 이런 사운드에 적응해야겠다 생각했고 다음 곡은 조금 Radiohead 다운 느낌이겠지 싶었습니다. 그러나 연이어 나오는 그들의 곡은 Radiohead 다운 느낌에서 더더욱 멀어지는 곡들이었습니다. 앨범을 다 듣고나서 허망했습니다. 반복해서 들으면 반드시 감동하겠지란 마음으로 몇 차례 반복해서 감상했으나 허망함만 커졌습니다. 왜 이렇게 변한 거지? 록밴드인데 왜 기타 소리는 안 나지? 솔직히 라디오헤드 앨범이 아니고 다른 밴드가 이 앨범을 발매했다면 저는 듣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Radiohead 앨범이기에 억지로라도 즐겨보자란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다행이 들을만한 앨범이 되었습니다. 슬펐습니다. 그 이후로 2016년까지 다섯 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이제는 Radiohead 다운 느낌의 그런 곡은 없습니다. 지금의 사운드가 Radiohead 다운 사운드가 된 것 입니다.  그나마 최근 앨범에서 한 두곡정도 밴드음악 같은 사운드가 들리지만 그래도 초창기의 Radiohead와는 거리가 먼 느낌입니다. 이제는 저도 적응이 되었는지 이들의 현재 음악이 좋습니다. 중, 고등학생시절 그런 감동은 없지만 지금도 괜찮습니다. Radiohead는 지금 현재도 탑급밴드임은 틀림없습니다. 노선변경이 지금까지 Radiohead를 탑급으로 유지시켜 준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