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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Jam 과의 만남,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이야기

by crave80 2025. 3. 8.

Pearl Jam은 위대한 밴드, 우리나라에서는?

Pearl Jam이 우리나라에서의 인지도가 얼마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극히 미국적인 음악인 것 같기도 하고 Pearl Jam이 전성기를 누린 시절인 1990년대 유행하던 장르인 그런지, 시애틀사운드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한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한한 적도 없습니다. 솔직히 왜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지 이해가 안 됩니다. 음악적으로 봐도 충분히 날카롭고 거칠고, 무엇보다 보컬인 에디베더의 보이스가 매력적인 밴드입니다.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발라드트랙도 앨범마다 한 두곡씩 포함되어 있습니다. 멜로디 또한 한국인의 귀에도 솔솔 감기는 그런  아름다운 라인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습니다.

Pearl Jam은 초대형밴드입니다. 1991년에 데뷔앨범을 발매하고 2024년에 12번째 앨범을 발매한 현재도 왕성히 활동하는 밴드입니다. 12장의 앨범중 5장이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했고 나머지 7장도 동차트 5안에 입성한 그런 위대한 밴드입니다. 2017년을 기준으로 Pearl Jam은 발매 앨범 총판매량이 1억 장을 돌파했습니다. 물론 판매량으로만 밴드의 위대함을 논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판매량만큼 밴드의 위상을 설명해 주는 지표도 없을 것 같습니다. 대학시절인 2006년에 잠시 미국에 머물렀는데 그 시기에 필라델피아에서 Pearl Jam의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었습니다. 3시간이 넘는 공연이었습니다. 티켓값으로 돈을 좀 더 지불하고 싶은 마음이 들정도로 알찬 장시간의 공연으로 기억합니다.

 

Pearl Jam과의 첫 만남.

Pearl Jam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94년 (역시나 중학생시절입니다) 친구의 추천이었습니다. 당시 세번째 앨범인 [Vitalogy]가 발매된 직후입니다. 친구의 권유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앨범을 구입했습니다. 당시엔 자주 그랬습니다. 늘 좋은 앨범을 추천해 준 친구였기에 믿고 구입하여 들었습니다. 일단 앨범 외형이 너무 예뻤습니다. 얼핏 보면 음반이 아니라 한 권의 검은 책 같아 보였습니다.

첫 번째 트랙부터 몹시 당혹스러웠습니다. 보컬이 왜 이리 화가 난 걸까 의아했습니다. 분노로 가득 찬 쇳소리에 악기사운드도 어디 지하실 암울한 곳에서 녹음한 것 같은 날것의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짐승이 울부짖는 보이스지만 꽤 서정적인 멜로디로 노래합니다. 이런 스타일의 곡이 몇 곡 이어지다가 잔잔한 발라드가 나옵니다. 귀를 쉬게 하며 마음 편히 들었습니다. 앨범 후반부에는 [Better man]이란 곡이 있습니다. 이 한곡을 듣고 저는 Pearl Jam은 나의 밴드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대중적인 곡이었습니다. 당시 저의 취향이 딱 맞는 그런 곡이었습니다. 이런 가요 같은 멜로디에 에디의 목소리가 어울릴까 잠시 생각했지만 곧 쓸데없는 생각이었음을 알았습니다.

 

Pearl Jam은 영원한 나의 밴드

이후 Pearl Jam은 다른 밴드와는 달리 2-3년의 간격으로 앨범을 꼬박꼬박 발매해주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런 밴드가 정말 드뭅니다. 1억 장의 앨범을 판매한 초대형밴드가 이렇게 자주 발매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Pearl Jam은 가능했습니다. 음악 외에도 Pearl Jam은 여러 가지 이슈가 많은 밴드입니다. 공연티켓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공연기획사를 고소하여 수년간 법정싸움을 하기도 했고, 부틀렉이라고 불리는 불법으로 녹음한 라이브앨범을 허용해 주는 대인배 같은 밴드이기도 합니다. 에디에 목소리처럼 큰 권력에는 항상 분노하며 으르렁거리지만 팬들을 위해서는 한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멋진 밴드입니다. Pearl Jam과 함께 같은 시기에 활동했고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밴드가 여럿 있었습니다. Nirvana, Alice in chains, Soundgarden, Stone temlpe pilots 등이 생각납니다. 슬프지만 Pearl Jam을 제외하고 보컬이 전부 사망했습니다. 이중 일부는 새로운 보컬과 함께 현재까지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Pearl Jam만이 현재까지 생존한 유일한 90년대 그런지록밴드입니다. 점차 희미하게 사라지는 것보다 한순간에 타버리는 것이 낫다며 삶을 마감한 록커의 마음도 존중하지만 Pearl Jam과 같이 희미하게 사라지는 순간까지 팬들과 함께하는 정신이 참 멋지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