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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Japan 과의 첫 만남, 너무나 주관적인 나의 이야기

by crave80 2025. 3. 10.

X Japan, 신비로운 세상을 알려주다.

X Japan은 일본을 대표하는 밴드입니다. 제가 X Japan을 처음 접했던 시기는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엔 일본 음악은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없었습니다. 법으로 금지되었는지 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본의 대중음악은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중학생이었던 저는 과거 역사에서 비롯한 한일 감정 때문에 그랬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하며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해외 POP 음악은 신나게 수입하고 라디오나 TV방송, 각 종 잡지에서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반면 유독 일본음악은 우리나라에 수요가 적지 않게 있었음에도 어둠의 경로로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동네 작은 일본음반샵을 통해 X Japan과 닿으려 노력했습니다. CD를 주문하면 1장에 35,000원이었습니다. 당시 90년대 기준으로 적은 돈이 아니었고 중학생인 저에게는 무척 큰 돈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왜 그런 큰 금액이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음반샵에서 폭리를 취한 건지, 어둠의 수입절차에 따른 합당한 비용이었는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주문하고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했던 것도 지금 와서 보면 참 이상합니다. 음반 외에도 샵에서는 X Japan의 사진을 판매했습니다. 역시 지금생각해보면 그 사진은 밴드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닌 밴드의 브로마이드나 밴드의 기사가 실린 잡지를 촬영한 사진임에 틀림없습니다. 뮤직비디오도 공테이프에 복사하여 판매했는데 가격은 거의 원본의 가격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호구취급을 당하면서도 공급자가 갑인 상황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찾아가 용돈을 지출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X Japan 과의 첫 만남.

호구취급을 받으면서도 X Japan 관련 아이템을 얻기위해 노력한 이유는 역시 X Japan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밴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친구가 X Japan의 두번째 앨범 (메이저 데뷔 첫 번째 앨범인) [Blue Blood]를 녹음한 테이프를 빌려주어서 들어본 것이 첫 만남이었습니다. 볼펜으로 중학생글씨로 X Japan-블루 블러드라고 쓰여있었고 한 면에는 곡제목이 악필로 적혀있었을 것입니다. 워낙 극찬을 하며 건네주길래 별생각 없이 들어보았습니다. 그때가 생애 최초로 헤비메탈이란 장르를 듣게 된 것입니다. (1989년 발매된 앨범이지만 제가 처음 들은 해는 1994년입니다.) 첫 번째 곡은 웅장한 연주곡이었고 본격적인 첫 곡이 나오자 처음 느낌은 공포와 혼란이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그간 가요에서 나오는 예쁘고 가벼운 목소리만 즐겨 들었습니다.  X Japan의 보컬인 토시의 보이스는 화가 많이나서 누군가를 혼내는 그런 소리로 들렸습니다. 연주는 너무 정신없고 누군가 무엇인가를 사정없이 때려 부수는 사운드였습니다. 거기에 녹음한 테이프라 음질도 조악했습니다.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치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다음 곡은 그 유명한 [week end]였습니다. 순간 귀가 솔깃해지며 이건 마치 우리나라 가요 같구나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멜로디가 귀에 확 들어오고 연주도 박진감 넘치게 들리 시 시작한 것입니다. 이 곡으로 인해 음악이 조금씩 귀에 들어오고 토시의 목소리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썩 훌륭한 곡들이 몇 곡 흐르다가 앨범 후반부에 드디어 이 곡을 듣게 됩니다. [Endless rain]  제가 rock의 세계로 빠져드는 그 순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발라드였습니다. 초반부터 부수고 달리다가 갑자기 잔잔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발라드가 나오니 저는 그만 녹아내려버렸습니다. 내내 불안하고 긴장했던 마음이 이 곡을 통해 안정되고 편안해집니다. 마치 맛있는 음식은 제일 마지막에 먹어야 하는 그런 심리일까요? 이 날을 기점으로 저는 록밴드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심취했습니다. 때리고 부수는 곡들을 연달아 들려주다가 사랑스러운 발라드가 쑥 끼어듭니다. 그럼 그 감동이 배가되는 참으로 치사한 수법에 매번 넘어가 버립니다.

 

X Japan 의 관한 나의 이야기

X Japan의 블루블러드 이후 한 장의 앨범이 더 발매되었고 저는 똑같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후 30분이 넘는 대곡 1곡을 담은 미니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지금 들어도 감탄이 나오는 명곡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마지막 앨범은 1996년에 발매되었습니다. 수록곡 중 절반 이상이 이미 싱글로 발매되어 수백 번을 감상했던 터라 앨범을 구입했을 때의 감흥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마지막 앨범 이후 30년 동안 앨범이 발매되지 않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올해는 2025년이고 여전히 최근 앨범은 30년 전에 발매했던 그 앨범입니다. 새 앨범이 완성된 것 같긴 한데 무슨 이유인지 수십 년째 공개되지 않습니다. 물론 수록곡의 상당수는 싱글로 발표되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역시나 수년 후에 새 앨범이 나오면 신곡은 몇 곡 없을 테니 김이 빠지겠지요. 그래도 한 곡씩이라도 공개해 준 것에 감사하며 갈증은 일부 해소 됩니다. 멤버들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고 팀의 리더인 요시키가 음악 외적인 문제로 많은 어려움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새 앨범의 발매를 기다리는 팬들 중 상당수가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