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과 감성의 경계, 데프톤즈의 진화 (보컬톤, 기타리프, 사운드믹스)

 

데프톤즈(Deftones)는 1990년대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결성된 밴드로, 뉴메탈 장르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감성적 사운드를 구축한 대표적인 그룹입니다. 이들은 강렬한 기타 리프와 폭발적인 보컬, 그리고 섬세한 감정선이 공존하는 음악으로 전 세계 락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데프톤즈의 보컬톤, 기타리프, 사운드믹스를 중심으로 그들의 음악적 진화와 예술성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보컬톤: 속삭임과 절규의 공존

 

데프톤즈의 리드보컬 치노 모레노(Chino Moreno)는 밴드의 사운드를 정의하는 핵심 인물입니다. 그의 보컬은 ‘속삭이듯한 감성’과 ‘거친 절규’가 교차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초기 앨범 <Adrenaline>(1995) 에서 치노의 보컬은 메탈 특유의 분노와 에너지를 강조하며, 불안정하면서도 폭발적인 표현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넓혀갔습니다.

<White Pony>(2000) 에서는 부드럽고 공허한 톤, 내면적인 슬픔이 느껴지는 속삭임이 중심이 되며, 이는 밴드의 사운드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특히 곡 “Digital Bath” 나 “Change (In the House of Flies)” 에서 들을 수 있는 치노의 목소리는 분노보다 ‘내면의 공허함’과 ‘감정의 흐름’을 강조합니다. 그가 보여주는 감정 표현의 폭은, 메탈이라는 장르가 단순히 공격적인 사운드에 머물지 않음을 증명합니다. 데프톤즈의 보컬은 단순한 고음 질주가 아닌, 인간 내면의 정서를 소리로 표현하는 예술입니다.

 

기타리프: 폭력성과 서정성의 균형

 

기타리스트 스티븐 카펜터(Stephen Carpenter)는 데프톤즈의 음악을 구성하는 또 다른 핵심 요소입니다. 그의 연주는 무겁고 어두우며, 동시에 몽환적입니다. 초기에는 7현 기타를 사용해 강력한 다운튜닝 리프로 메탈의 강렬함을 표현했지만, 이후에는 공간감과 리버브를 활용한 드론(drone) 스타일을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밴드의 사운드가 단순한 뉴메탈을 넘어 포스트록적 서정성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Be Quiet and Drive (Far Away)” 의 기타 톤은 폭발적이면서도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S*xtape”, “Diamond Eyes” 같은 곡에서도 묵직한 리프와 감성적 코드가 함께 공존하며, 듣는 이에게 ‘공간적 사운드’를 경험하게 합니다. 즉, 카펜터의 기타는 단순한 리듬 악기가 아닌, 감정을 조율하는 악기입니다. 그의 연주는 격정과 여운이 교차하는 데프톤즈의 핵심 정체성을 완성합니다.

 

사운드믹스: 공기감으로 완성되는 분위기

 

데프톤즈의 곡은 ‘공기감’을 중심으로 믹싱됩니다. 일반적인 메탈 음악이 강한 압박감과 밀도를 추구한다면, 데프톤즈는 반대로 ‘여백’을 강조합니다. 이들은 기타, 드럼, 베이스의 중심 위에 신스와 리버브를 섬세하게 얹어, 청자의 감정을 흔드는 몽환적인 사운드를 완성합니다.

예를 들어 “Rosemary” 나 “Tempest” 같은 곡은 공간적인 잔향이 길게 이어지며, 무겁지만 투명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드러머 에이브 커닝햄(Abe Cunningham)의 리듬은 단순한 비트가 아니라 ‘감정의 맥박’처럼 작동하여, 곡 전체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갑니다. 이러한 사운드믹스는 밴드가 단순히 ‘뉴메탈 밴드’가 아닌, 사운드 아트 밴드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프로듀서 테리 데이트(Terry Date)의 세밀한 사운드 설계와 멤버들의 음악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며, 데프톤즈만의 독보적인 공간미학을 완성시켰습니다.

데프톤즈는 ‘무겁지만 아름답고, 거칠지만 감성적인 밴드’입니다. 보컬의 감정선, 기타의 리프, 그리고 공기감이 살아있는 사운드믹스는 그들을 메탈과 예술의 경계선에 세웠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단순한 폭발이 아닌 ‘감정의 흐름’이며, 메탈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한 실험이기도 합니다. 지금 데프톤즈의 대표곡인 “Change (In the House of Flies)”, “Digital Bath”, “My Summer (Shove It)” 등을 들어보세요. 당신은 단순한 메탈이 아닌, 감정의 파도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