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미국의 록 씬에서는 그런지 록 열풍이 일었습니다. Nirvana를 중심으로 Pearl Jam, Alice in chanis 등 수많은 밴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비슷한 (어둡고 우울하면서 서정적인) 음악으로 큰 성공을 일군 시대였습니다. 그런지 열풍이 한창일 때 영국 출신의 밴드인 Bush가 등장합니다. 데뷔 앨범인 Sixteen Stone이 미국 내에서만 600만 장의 판매를 올리며 이 한 장의 앨범에서 다 섯 곡의 싱글히트곡들이 터져 나옵니다. 본국인 영국에서보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며 그런지 열풍을 주도했습니다. 이번에는 Bush의 결성 배경과 밴드의 역사, 대표곡 소개, 음악 스타일의 특징 등을 이야기해 봅니다.
밴드 역사
Bush는 1992년, 영국 런던에서 꽃미남 보컬 겸 기타리스트 개빈 로스데일(Gavin Rossdale)을 중심으로 결성되었습니다. 밴드 이름은 런던의 셰퍼드 부시(Shepherd's Bush) 지역에서 따온 것입니다. 초기 멤버는 개빈 로스데일, 기타리스트 나이젤 펄슨, 베이시스트 데이브 파슨스, 드러머 로빈 굿리지로 구성되었으며, 이들은 곧바로 활동을 시작해 1994년 전설적인 첫 앨범 Sixteen Stone을 발표했습니다. 이 앨범은 Nirvana의 영향을 짙게 받은 어둡고 우울한 그런지 사운드와 영국만의 서정적인 감성이 첨가되어 미국에서 발매 즉시 대박을 터뜨립니다. 거기에 훈훈한 외모의 개빈 로스데일 특유의 거칠면서도 보드라운 보컬과 팝적인 멜로디 감각이 어우러져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요인을 모두 갖춘 밴드였습니다. 특히 많은 히트싱글들을 배출했는데 ‘Come Down’, ‘Glycerine’, ‘Machinehead’ 세 곡이 연달이 빌보드 싱글 차트 TOP30에 진입하고, 록차트는 1위를 (두 곡은 1위, 한 곡은 4위) 점령합니다. 이후 두 곡이 더 싱글커트되어 총 다섯 곡이 빌보드 록차트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1995년 1년 내내 라디오나 MTV에서는 Bush의 곡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방송을 타기도 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 브릿팝이 대세였던 반면, 미국에서는 그런지와 얼터너티브 록이 대세였습니다. 이 둘의 장점만을 뽑아 섞어버리고 프런트맨의 외모도 훌륭하니 그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실 것입니다. 이듬해 두 번째 앨범인 Razorblade Suitcase(1996)를 발표합니다. 빌보드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첫 싱글이었던 'Swallowed' 역시 예상했던 대로 멋진 멜로디와 적당히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로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앨범의 괴력 때문이었는지 두 번째 앨범도 제법 훌륭한 성과를 냈음에도 그 성적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이후 이전과 같은 인기는 얻지 못한 채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한 뒤 2002년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그 뒤로는 저도 Bush를 잊고 지내다가 10년이 흐른 어느 날 갑자기 'The Sound of Winter(2011)'란 곡이 빌보드 록차트 1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이 곡이 바로 Bush의 곡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참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컴백하기 참으로 어려운 시기(그런지의 몰락, 록음악의 몰락, 음반시장의 대변동 등)에 돌아와 주었고 거기에 차트 1위까지 차지하니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복귀 이후 다섯 장의 앨범을 발매하고 올해인 2025년에도 새 앨범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대표곡
Bush의 대표곡은 1990년대 록 씬을 대표하는 트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첫 앨범 Sixteen Stone에서 발표한 'Glycerine'은 그들 최고의 명곡입니다. 아름답고 감성적인 멜로디의 느린 템포 곡입니다. 록발라드이면서도 발라드는 아닌 것 같은 그런 미묘한 곡입니다. 지금도 부시를 상징하는 곡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곡은 단순한 스트링 구성과 개빈 로스데일의 감정 어린 보컬이 특징입니다. 'Everything Zen'은 Nirvana의 영향을 짙게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그런지 사운드로, 데뷔 싱글곡입니다. 미국 MTV를 통해 자주 방영되며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Machinehead'는 공격적인 기타 리프와 강한 리듬이 특징으로, 곡의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하는 에너지가 좋습니다. 라이브 공연에서도 팬들의 환호를 이끄는 곡입니다.
이 외에도 'Swallowed'(Razorblade Suitcase 수록), 'The Chemicals Between Us'(The Science of Things 수록) 등도 큰 인기를 끌었으며, 복귀 싱글 최근 발표한 'The Sound of Winter(2011)'를 재기하여 'More Than Machines'(2022)은 현대적 사운드를 접목해 여전히 건재한 록 밴드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음악 스타일
Bush는 그들의 음악 스타일에서 미국의 그런지(grunge)와 브리티시 록이 절묘하게 혼합된 독특한 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Nirvana, Soundgarden, Alice in Chains 등 미국 밴드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가사에서 느껴지는 감성이나 구성면에서는 영국적 우울함과 서정성이 느껴집니다.
개빈 로스데일의 허스키하면서도 감정이 깃든 보컬은 Bush 사운드의 중심입니다. 초기에는 디스토션이 강한 기타 리프와 강렬한 드럼 사운드가 특징인 그런지 록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랐지만, 이후 앨범에서는 일렉트로닉 요소나 서정적인 발라드 구성도 도입하며 점점 음악적 폭을 넓혀갔습니다. 이러한 선택이 이들을 인기의 최고점에서 안정적인 하향세로 향하게 한건지도 모릅니다.
특히 1999년 발표한 The Science of Things에서는 트립합(trip-hop)과 일렉트로닉 록의 요소가 가미되어 Bush는 더 이상 그런지 밴드가 아님을 표명한 것 같습니다. 이후 해산 후 복귀한 2010년 이후 발표된 앨범들에서는 보다 현대적인 록 사운드,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가사, 프로덕션 면에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현재 Bush는 오랜 커리어를 바탕으로 록 페스티벌, 해외 투어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며, 신세대 록팬들에게도 여전히 영향력을 가진 밴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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