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 빠져 한 달에 수 권씩 하루키 소설을 구입하여 즐기며 하루키의 세계에 푹 빠져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작품을 읽은 후에는 다음은 어떤 작가를 선택할까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다.
몇 년에 한 권씩 책을 쓰는 하루키의 소설을 충분히 읽어보았으니 이제 일 년에 몇 권씩 책을 쓰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선택하기로 했다. 그의 대표작 [용의자 X의 헌신]을 친구 집에서 빌려 읽게 되었다. 아마 작년 2024년 봄이었을 것이다. (다 읽었지만 아직도 돌려주지 않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특징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특징은 가독성이 너무나 좋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100페이지를 읽어버릴 수 있다. 초반부터 책에 몰입하기가 쉽다. 지금까지 100권이 넘는 책을 발표했고 나는 1년이 지난 2025년 현재 지금까지 그의 소설을 60여 권을 읽은 것 같다. 모든 작품을 새 책으로 구입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재정적으로도 부담이되고 책장에 비치할 공간도 마땅치 않다. 결국은 도서관에서 대여하여 읽거나 당근이나 중고서점에서 구입하거나 혹은 전자책으로 구입하여 읽었다.(전자책은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지만 온갖 포인트를 끌어모아 구입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책 한 권의 짐을 줄일 수도 있고 말이다.) 예전부터 음악과 함께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리뷰 쓰고 싶었는데 수십권의 책을 한 작품 한 작품 리뷰를 작성할 여유가 없다. (그럴 능력도 없고) 하여 내가 읽은 작품 중 내 마음대로 분류하고 묶어서 덩어리채로 리뷰를 써야할 것 같다. 물론 리뷰의 수준도 그냥 간단한 작품의 배경 소개 정도가 될 것이다. 참고로 그의 작품 중 절반가량은 시리즈로 묶인다. 가가시리즈, 설산시리즈(스키장 배경의 소설들), 갈릴레오 시리즈(용의자 X가 여기에 포함된다), 마녀시리즈 등으로 묶여서 주인공이 동일하거나 세계관이 같은 경우이다. 그러나 작품마다 스토리는 독립적이라 어떤 시리즈의 중간 한 권만 읽어도 문제는 없다.
간혹 명작이라 칭하고 싶은 작품은 단일 작품 리뷰도 다룰 수 있겠으나 (예를 들자면 [악의], [백야행] 등 주관적으로 손꼽는 엄청난 작품들) 역시 작심뿐일 수도 있다.
가가 시리즈 (가가 교이치로)
첫 번째 덩어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누구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가가시리즈이다.
총 11권이 발간되었다. 주인공인 가가 교이치로의 이름을 따서 가가시리즈라고 한다. 이 11권 외에도 [희망의 끈]이라는 작품에도 가가가 등장하지만 조연이기 때문에 가가시리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스핀오프격이라고 봐야 한다. 가가 교이치로는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범죄도시의 마석도 같은 괴력의 형사는 아니다. 대학시절 검도대회 우승자였던 설정이니 만큼 전투력은 막강하겠지만 영화가 아닌 소설 속의 형사이기에 추리하며 가설을 구상하며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형사답게 집요하다. 거기에 뻔뻔하기도 하다. 가가의 매력은 범죄자일지언정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자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살인을 할 수도 있겠구나.'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살인자의 유전자를 가진 것이 아니고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이 닥치면 살인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거하는 과정까지 관련된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한다. 범인 검거를 최우선으로 하겠지만 자칫 소홀할 수 있는 피해자의 가족이나 가해자의 가족들의 상황까지 살피며 더 이상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가가 시리즈 작품별 소개
가가시리즈의 초기 작품 중 최고의 작품은 [악의]이다. 이틀 만에 완주했던 기억이 있다.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챕터별로 가가의 일기, 오사무의 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이런 구상은 히가시노의 소설 중 [악의]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초기 작품 중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라는 작품은 단편 모음집이고 [붉은 손가락]이란 작품은 치매에 걸린 부모님에 관한 사건으로 너무나 슬픈 스토리이다. 후기 작품중의 명작인 [신참자]는 8개의 에피소드(7개였나? 9개였나?)로 구성된 단편 모음집 구성이나 한 마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 마을의 주변 인물들의 작은 사건들을 보여준다. 즉 모든 에피소드들이 연관되어 있으며 각 에피소드들은 중심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를 제공하게 된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가가시리즈의 완결이었다. 첫 작품인 [졸업]부터 조금씩 풀어 놓은 떡밥들이 이 작품을 통해 모두 회수된다. 그간 시리즈를 통해 한두 줄씩 언급되어 온 가가의 과거 스토리도 모두 밝혀진다. 제목도 막이 내린다고 그런다. 그래서 가가시리즈의 완결이었다. 작가가 직접 완결이라 밝혔는지는 모르겠다. 언론이나 출판사에서 완결 같은 분위기여서 완결이라 홍보했는지도 모르겠다. 이후로 앞서 언급한 스핀오프 (가가의 사촌 동생도 경찰이다. 그가 주인공인 작품) 작품이 발행되었으나 가가시리즈는 아닌 독립된 작품이라고 작가는 밝혔다.
그리고 2024년 가가의 새 시리즈
중년이 된 가가의 스토리이다. 가가시리즈의 완결 이후에 새로운 가가 교이치로 신작이 발표되었다. 작가가 번복을 한 건지, 지난 작품이 시리즈의 완결이었다는 것은 그냥 마케팅을 위한 홍보였는지는 모르겠지 만 어쨌든 가가의 등장이 반갑기는 하다.
가가시리즈는 일본에서도 드라마로도 여러 편이 제작되었고, 국내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다. 명석한 두뇌와 집요함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것뿐 아니라 '왜 그랬을까? 왜 그럴 수밖에 없었나.'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가가 교이치로의 방식에서 이 시대에 흔치 않은 사람 냄새가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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